사실 가지치기를 결심하게 된 계기는 저 잎들에 있습니다. 좁은 화분에서 서로 얽히고설켜서(천년만년 잘살아보세) 서로 치이는 것도 치이는 건데 잎이 나온 지 너무 오래되어서 그런지 따로 병이 있는 증상은 아니고 잎끝 부분부터 색이 빠지면서 기력이 쇠한 것이 보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과감한 가지치기로 새로운 싹이 돋아나게 해줘야 합니다. 그리고 식물이 참 자연스러운 게 저기 뒤쪽으로 잘 안 보이는 친구(직전에 가지치기를 하고 싹이 잘 나온 녀석)처럼 쇠약하거나 새로운 입을 내어서 기존의 것들을 물리쳐야 할 시기가 되면 아래쪽이나 다른 부분에서 새로운 촉이 등장합니다.
사진에 빨간 점선으로 표시한 자를 부분 밑으로 작은 싹이 보이시나요? 식물은 벌써 신호를 주고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더 집중력 있게 새로운 싹에 에너지를 집중할 수 있도록 기존 부위를 쳐내줘야겠죠.
가지치기 실행
처음에는 새로운 싹이 나온 위치를 잡아서 치려고 했는데 마음이 변했습니다. 그냥 하는 김에 옆에 새롭게 나고 있는 친구들과 크기를 맞추려고 더 잘랐습니다.
그동안 영양분을 잘 공급해주고 이제는 수명이 다해가는 잎들을 보니까 고맙기도 하고 그렇네요. 뿌리 쪽은 지금은 확인할 수 없지만 분명 튼튼하게 잘 뻗어있을 겁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새로운 잎도 무성히 잘 자라는 거겠죠. 안 봐도 뻔합니다. 뉘예뉘예~ ㅋㅋㅋㅋ
보통 가지치기를 할 때 새롭게 돋아날 눈들을 잘 보고 잘라줘야 하는데 바나나크로톤은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무방합니다. 사진으로 보다시피 워낙에 많은 눈들이 있어서 어디를 잘라도 충분히 잘 자랄만한 위치입니다. 그래서 적당하게 크기를 잘 생각해서 싹둑 잘라만 주면 됩니다.
시원하게 물 주기
멋있게 물을 주는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했는데.. 뭐 그냥 그런 것처럼 되었네요. 아무튼 물주기도 진짜 중요합니다. 가지치기를 하고 나면 충분히 젖을 수 있도록 물을 듬뿍 줘야 합니다. 그래야 새로운 잎을 내는데도 도움이 됩니다.
시원하게 물을 주니까 말없는 식물이지만 시원하다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보통 여름이면 1주일에 한번씩 물을 주곤 했는데 조금 귀찮아도 이렇게 베란다로 식물들을 옮겨서 물을 듬뿍 주다 보니까 2주에 한 번도 괜찮은 것 같아서 그렇게 하는 중입니다.
예전에 1주일에 한 번씩 줄 때는 물조리에 물 담아서 화분 밖으로 물이 세지 않게 조심스럽게 주곤 했었습니다. 그랬더니 요즘 같은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면 1주일도 안되어서 잎이 시들시들해졌습니다. 매일매일 식물들을 주시하고 있기에 바로 물을 보충해주었었는데 사실 그런 신호가 오는 것 자체가 식물에게는 스트레스입니다.
과습 해서 식물에게 좋지 않을 수도 있지만 건조해도 식물에게는 좋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금처럼 한 번에 듬뿍 화분을 충분히 적시도록 주는 것이 훨씬 식물이 건강해지는 방향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물을 주며 관리해야 하는 제 입장에서도 2주마다 한 번씩 물을 주면 되니 뭐 그건 그거대로 나쁘지 않은 듯합니다. (베란다로 옮기는 게 더 일인 것 같다는 생각을 요즘 하기는 하지만.. 흠흠...)
식물들은 정말 정말 정직합니다. 말은 못 하지만 온몸으로 표현하곤 합니다. 추우면 춥다.. 더우면 덥다.. 나 지금 상황이 열매나 꽃을 내야 하는 시기다.. 등등을 잘 관찰하면 말해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우직한 어쩌면 정확한 모습이 식물의 매력이 아닐까 싶네요. 덕분에 매일매일 안부를 물어야 해서 힘들기는 하지만 같이 더불어 살아가는 친구들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