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주의 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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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취미라고 하면 '일적인 것 외에 즐거움을 얻기 위해 좋아하는 일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이라고 사전적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우연한 일들로 인해 관심을 가지게 되고, 그게 취미로 연결되는 경우도 있겠죠?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게 딱 이 케이스입니다. (근데 요즘은 뭔가 취미가 아니라 일이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긴 합니다만... ㅋㅋ)

 

이케아 휴지통으로 화분만들기

 

 

 

현재 식물 상황

한 2년쯤 되었나.. 커피나무를 시작으로 식물들이 하나 둘 늘어나더니 현재의 상황이 되었습니다. ㅋㅋ

식물 상황
다 보이지는 않지만 줄줄이 식물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한켠에 고이 자리 잡고 있는 식물들이 보이시나요? ㅋㅋ 식물이 참 재미있는 게 느릿느릿한 것 같고, 반응도 없는 것 같이 느낄 수 있는데.. 한 달 두 달 시간이 지나서 가끔 보면 부쩍 자란 모습을 확인할 수 있고, 까먹고 물을 못주면 잎이 축 늘어져서 목말라하기도 하고, 영양분이 부족하면 잎이 노릇노릇하거나 생장이 멈추는 등 다양한 모습을 관찰할 수 있어서 되게 신나는 일입니다.

 

실내에서 식물을 키우다보면 또 필수적으로 해야 할 일이 있는데 바로 '분갈이'입니다. 원래라면 땅에서 마음껏 뿌리도 뻗고 잘 자라야 할 친구들인데 저의 욕심 때문에 작은 화분에 갇혀서 다소 답답한 실내환경에서 살아가야 합니다. 그래서 그나마 식물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분갈이고 바람도 쐬어주고 좀 더 큰 화분으로 옮겨서 뿌리가 활동할 수 있는 자리를 더 확보해 줘야 합니다. 보통 식물을 오래 키우시는 분들은 한 화분에서 3~5년까지 그대로 키우는 바람에 뿌리가 화분을 다 휘돌다 못해 살아보려고 물구멍으로 뿌리를 뻗기도 합니다.

 

그럼 분갈이를 자주 해주면 되지 않느냐? 하는데.. 일차적으로는 잦은 분갈이는 오히려 식물에게 해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으로 치면 대이사를 하는 것과 같은데 아무리 조심조심 옮긴다고 해도 뿌리에 무리를 주거나, 잎과 줄기에 상처를 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완전히 새로운 토양환경으로 변하기 때문에 식물이 받는 스트레스가 상당합니다. 분갈이 후에 간혹 잎을 떨구거나 죽는 경우도 종종 발생합니다.(저도 몇몇 친구들을 보냈.... ㅠㅠ)

 

올여름을 지나면서 커피나무와 뱅갈고무나무가 폭풍 성장했습니다. 특히 뱅갈이는 화분 크기보다 거의 1.5~2배 정도 커버렸습니다. 분갈이해줘야지 해줘야지 하다가 11월 중순이 되어버렸네요.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어서 분갈이 겸 식물 정비(?)를 하리라 마음먹었습니다.

 

 

 

분갈이 대상식물 준비

뱅갈고무나무 커피나무 테이블야자
분갈이 줄을 서시오..(뱅갈고무나무, 커피나무2, 테이블야자)

 

분갈이를 결심하게 된 것은 일단 뱅갈고무나무가 너무 자란 것도 있고, 테이블야자 때문입니다. 위 사진의 오른쪽 화분을 보면 테이블야자의 크기에 비해서 무지막지하게 큰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일단 일부러 제가 저렇게 심었습니다. 이유는?!

 

무료 이미지 다운
Photo by Severin Candrian on Unsplash

 

이렇게 키우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호텔로비나 백화점 지하에 가면 있는 거대한 야자처럼 우리 집에 있는 친구도 저렇게 될 수 있을 거야 라는 막연한 기대로 말이죠.. 그런데 1년이 지나도록 미동도 없습니다. 품종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능력치를 뛰어넘을 수는 없나 봅니다. 그래서 포기하는 겸 큰 화분은 뱅갈고무나무에게 양보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테이블야자도 분갈이 대상이 되었습니다.

 

 

 

분갈이 자리펼치기

비닐과 상토 준비
비닐과 상토 준비

 

일단 흙이랑 마사토가 흩어지면 나중에 치우기 곤란하므로 비닐을 깔아주고 상토를 준비합니다. 그리고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대형화분(?)을 준비합니다.

 

화분대용 이케아 쓰레기통과 다이소 화분받침
화분대용 이케아 휴지통과 다이소 화분받침

 

지난번에 이케아를 한번 간 적이 있었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갔다가 보고 말았습니다. 휴지통을요... 그런데 이게 가격이 너무 착하고, 생긴 게 딱 화분입니다. 일단 나중일은 나중에 생각하자고 2개를 사 왔습니다. 물을 주면 아래로 셀 수 있으니 화분받침은 다이소에서 구입했습니다.

 

 

 

이케아 휴지통을 화분으로 만들기 1(잘못된 예)

화분만들기의 잘못된 예와 불장난
화분만들기의 잘못된 예와 불장난

 

일단 화분의 기능을 하려면 필수적으로 배수구가 필요합니다. 물이 고여있으면 뿌리가 힘들어하니 배수가 1순위입니다. 그런데 제가 구입한 것은 화분이 아니라 싸다는 이유만으로 휴지통입니다. 일단 아무 생각 없이 피스를 대고 망치질을 합니다. 와우!! ㅋㅋㅋㅋㅋ 대박입니다. 사진으로 표현이 잘 되었는지 모르겠는데 일자로 아름답게 금이갔습니다. (죄송합니다 이케아는 잘못이 없습니다.) 이왕 금이 간 거 이쁘게 메꿔보려고 불로 커터칼을 달궈봅니다.(잘못된 예22) 절대 잘리지 않습니다. 혹시 하시려는 분 있으시면 절대 커터칼은 안됩니다.

 

니퍼로 쥐어 뜯기
니퍼로 쥐어 뜯기

 

방법을 찾다가 주식도 그렇고 역시 정공법이 답이다!!라는 생각으로 잡고 뜯을 도구를 찾습니다. 니퍼가 적당한 것 같습니다. 흠집이 난 부위를 중심으로 냅다 잡고 뜯습니다. 어라 ㅋㅋㅋ 생각보다는 힘 안 들이고 잘 뜯깁니다. 어쨌든 그럴싸하게(나름..) 배수구멍이 완성되었습니다. 멀리서 보면... 티가 더 잘납니다. ㅋㅋㅋㅋㅋ

 

 

 

커피나무 이발하기

커피나무 하엽 제거
커피나무 하엽 제거

 

커피나무가 쭉쭉 자라면서 상대적으로 하엽이 생기를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윗잎에 치이면서 햇빛도 잘 받지 못해 축 늘어졌습니다. 토양과 최대한 잎이 멀리 있어야 각종 병해충에도 건강하고, 수광이나 바람도 잘 통할 수 있기에 일부 제거해줍니다. 그동안 해줘야지 해줘야지 했는데 또 못한 것은 왠지 아깝더라구요. 열심히 키웠는데 잎을 싹싹 자르려니 좀 그랬습니다. 하지만 커피나무의 건강한 생장을 위해 과감히 정리해주었습니다.

 

 

 

커피나무1 화분에서 꺼내고 분갈이하기

심하게 자란 커피나무 뿌리
실하게 자란 커피나무 뿌리

 

화분에서 식물을 꺼낼 때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식물에게 최대한 스트레스가 없도록 해야겠죠. 화분 주변을 손으로 퉁퉁 치면서 살살 꺼내 주면 됩니다. 물론 저는 그렇게 못했습니다. ㅋㅋㅋㅋ 보시다시피 뿌리가 화분에 가득 찰 정도라서 모종삽으로 커피나무를 중심으로 돌려주었습니다. 덕분에 뿌리가 좀 상했습니다. 나중에 남은 흙을 정리하면서 봤더니 머리채 뽑힌 것 마냥 한 움큼이 나오더라구요. 미안하다 ㅠㅠ

꺼낸 식물의 흙은 최대한 털어주지 않고 원형을 유지한 채로 분갈이를 합니다.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이 좀 더 용이하게 하고, 뿌리에 덜 무리가 가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커피나무1 분갈이 완료
커피나무1 분갈이 완료

 

아까 만들어둔 화분(휴지통)에 마사를 조금 깔아주고, 조심조심 잘 옮겨줍니다. 일단 커피나무1은 무사히 완료했습니다.

 

 

 

이케아 휴지통을 화분으로 만들기 2(잘된 예)

드릴로 배수구멍 뚫기
드릴로 배수구멍 뚫기

 

절대 변명이 아니고, 원래는 드릴로 이런 식으로 구멍을 뚫으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무선이다 보니 충전이 안되어있는 겁니다. 그래서 충전되는 동안 기다릴 수는 없고 다른 방법이 없나 이것저것 해본 것입니다. 그리고 혹시라도 저처럼 휴지통을 화분으로 만들려고 하시는 분들에게 올바른 방법을 알려드리기 위해 일부러 했다.. 고 결론짓겠습니다. ㅋㅋㅋㅋ 아무튼 의외로 깔끔하게 잘 뚫렸습니다.

 

 

 

커피나무2 분갈이

커피나무2 분갈이 과정
커피나무2 분갈이 과정

 

확실히 한번 해봤다고 2번째는 기가 막히게 잘되었습니다. 사진 보니까 괜히 울컥하고 뿌듯하네요!? ㅋㅋㅋㅋ 아무튼 새로운 화분으로 무사히 이주가 완료되었습니다. 이 친구는 어릴 때 햇빛을 골고루 받지 못해서 방향이 좀 틀어져 있습니다. 녹색 지주대로 당분간 이쁘게 자랄 때까지 지지해주겠습니다.

 

 

 

테이블야자 꺼내기

테이블야자님 비켜주세요..
테이블야자님 비켜주세요..

 

잘못된 예2 입니다. 제 욕심으로 인해 덩치에 비해 너무 큰 화분에 심긴 테이블야자입니다. 저처럼 실수하실 분은 없겠지만, 혹시라도 저처럼 테이블야자로 아레카야자처럼 엄청나게 키우실 결심을 하신 분들은 그냥 사세요.. 안 되는 애는 안돼요. 빨리 사세요!! ㅋㅋㅋㅋ 정체를 드러낸 테이블야자의 뿌리 상태가 정말 처참합니다. 그래도 일 년이 넘도록 저 화분에서 살게 해 주었는데!!!! 하지만 역시 제 잘못입니다.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다른 곳으로 옮겨줍니다.

 

 

 

뱅갈고무나무 큰집으로 이사

뱅갈고무나무에게 미안한 시간

 

와 그동안 얼마나 답답했을까요? 원래 뱅갈고무나무의 생리를 보니 뿌리가 밑으로 쭈욱 뻗어 있습니다. 명색이 나무인데 너무 좁은 화분에서 많이 힘들었겠습니다. 테이블야자가 떠난 자리로 이동을 시켜줍니다. 길이가 잘 표현이 안되는데 새로 옮겨갈 화분에서도 거의 2/3는 차지하는 것 같네요.

 

 

 

뱅갈고무나무 이발하기

뱅갈이 머리 깍는 날
뱅갈이 머리 깎는 날

 

뱅갈고무나무도 예외는 아닙니다. 저는 앞으로 어느 정도 키를 키우고 나면 생장점을 잘라서 더 굵게 나무처럼 키워볼 생각입니다. 따라서 더 많은 생육을 위해서 하엽을 잘라줬습니다. 고무나무들은 잎이나 가지를 자르면 고무가 나옵니다. 휴지나 물티슈를 잠시 대주면 멎어집니다. 그동안 마사를 올려 마무리를 해줍니다.

 

 

 

뒷정리 및 물 주기

초토화된 베란다, 그리고 물주기
초토화된 베란다(빨리 치워야함), 그리고 물주기

 

처절한 분갈이의 현장을 보실 수 있습니다. 아침저녁으로 날이 쌀쌀해서 베란다에서 물을 주고 식물을 둘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물은 화장실에서 주려고 옮겼습니다. 분갈이를 한 당일에는 물을 충분히 줘야 합니다. 화분 밑 배수구로 물이 충분히 흘러나올 만큼 주면 좋아요. 물이 빠지는 동안 저는 베란다를 정리하고 오겠습니다.(안 그러면 비우자님이 등장하십니다.. 사실 작업 중간중간 감시함.. ㅋㅋㅋㅋ)

이발도 해주고 테이블야자 같은 경우는 딱 자기 크기에 맞는 화분에 자리 잡아서 밸런스가 잘 맞는 것 같네요. 아마 며칠간은 몸살을 할 수도 있을 텐데 좀 더 유심히 살펴봐야겠습니다.

 

오랜 숙제를 끝낸 것 마냥 너무 기쁘네요. 당분간은 분갈이할 일이 없겠지?? 했는데.. (이 글의 제목이 분갈이'1'인 사실을 알고 계시나요? ㅋㅋㅋㅋ) 아무튼 큼직한 (휴지통) 화분으로 잘 옮겨줘서 기분이 좋습니다. 식물들도 그렇게 생각하겠죠? 앞으로 잘 관리해서 커가는 모습이랑 관리하는 것 틈틈이 알려드릴게요.

오늘의 결론!! 이케아 휴지통은 화분으로 훌륭하다. 단, 배수구 뚫을 때 꼭 드릴을 사용하세요. 아마도 다른 휴지통들도 다 응용이 가능할 것 같네요.

 

도움이 될만한 내용이 있었는지 모르겠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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