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은 내가 짜X게티 요리사!! 가 아니고 청소를 하는 날입니다. 일주일에 한 번은 집안 전체를 청소기로 돌리고, 물걸레로 닦고 화장실까지 깨끗이 청소하고 나면 상큼한 그 느낌이 참 좋습니다. 집안 살림은 템빨이라고 누가 그러던가요? 극히 공감하는 바입니다. 옛날에는 청소기도 스틱으로 된 것을 사용해서 일일이 방을 찾아다니면서 구석구석 청소해야 했다면 지금은 로봇청소기가 그 일을 대신해 주고 있습니다. 제법 똑똑해서 집지도를 그리고 구석구석 팔이 닿기 힘든 곳까지 돌아다니면서 꼼꼼하게 청소해줍니다.
로봇청소기가 있으면 내가 직접 밀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있겠지만, 제일 좋은 점은 청소기를 돌리는 동안 내가 다른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청소기를 돌려놓고 세탁물을 널거나 화장실을 청소하고 오면 방이나 거실이 청소되어 있고, 저는 물걸레 청소기를 이용해서 청소기가 완료한 위치를 쫓아가면서 닦을 수 있습니다. 청소시간이 무척 효율적입니다. 집안일을 도와주는 이런 주변기기들이 이제는 없어서는 안될 필수템이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도구들이 사용한지 4년을 넘어가고 있는데, 필터 등의 소모품을 갈아주는 것 말고는 크게 고장 난 적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오늘도 물걸레로 열심히 방을 닦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래 사용하다보니 요 몇 주간 분사되는 물이 나오는게 영 마음에 안 들었던 찰나, 오늘은 물이 아예 나오지가 않는 것이었습니다. 막상 잘 쓰다가 청소 흐름이 끊기니 당황하기 시작합니다. 청소는 시작되고 있고 도구가 갑자기 없어지니 마음이 심란합니다. 일단 작업을 중단하고 물걸레 청소기를 고쳐보려고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물도 안나오고 전원도 들어오지 않는다.
큰일 났습니다. 분명 방금까지 잘 쓰던 청소기가 전원이 들어오지 않습니다. 원래 사진처럼 봉을 뒤로 꺾으면 앞쪽으로 LED가 켜지면서 전원이 켜져야 합니다.
더 난감해집니다. 어떻게 하나 이거 고칠 수 있는 걸까? 당장에 다음 주는 어떻게 하지.. (이참에 신형 물걸레 청소기도 나왔다는데 하나 더 사볼까?) 별의별 생각과 고민을 합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고쳐야 합니다. 고작(?) 4년밖에 안 썼는데 포기할 수 없습니다.
모를 땐 분해하기
어차피 버린 몸.. 과감하게 분해하기로 합니다. 작업을 더욱 편안하게 하기 위해서 길쭉한 봉은 빼버립니다. 밑으로 보이는 쇠 부분을 푹 눌러주면 본체와 분리할 수 있습니다.
물걸레 청소기 바닥을 보면 나사가 총 11 곳이 있습니다. 눈에 바로 보이는 곳이 7개가 있고, 흔들리는 물걸레 부분을 손으로 양쪽으로 열어주면 숨어있는 나사 4개가 나옵니다. (저는 처음에 7개만 풀고 안 열리길래 힘으로 뜯으려고 했습니다. ㅋㅋ) 저 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시려면 안쪽의 나사도 꼭 풀어주세요.
드디어 내부가 나타납니다. 일단 복잡하지는 않은 것 같아 보입니다. 물통 부분과 모터가 물을 쏴주는 부분인 것 같고, 회로들은 모터 구동과 스위치 작동 여부에 따라서 움직임을 제어하는 뭐 그런 부분이겠죠? 일단 세세한 것은 제가 확인할 수 없으니 할 수 있는 부분만 건드려봅니다.
DECEMBER 님의 블로그를 많이 참고했습니다. 샤오미 물걸레 청소기를 분해하고, 저와 같은 증상뿐만 아니라 다양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많은 자료가 있었습니다. (역시 블로그가 짱입니다!! ㅋㅋ 감사합니다.)
블로그에 따르면 전원 스위치 불량이 대부분의 작동불량 증상의 원인이라고 합니다. 저도 봉을 꺾었을 때 전원 스위치가 작동하지 않는 경우라서 제일 의심되는 부분이 스위치입니다.
DECEMBER 님이 일단 1차적으로 간단히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스위치 연결부위를 일자 드라이버로 쇼트시켜보는 방법이라고 합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스위치를 작동시켜봅니다. 대박.. 불이 들어오면서 작동합니다. ㅠㅠ 돈 벌었습니다. (그리고 샤오미 물걸레 청소기 2세대는 물 건너갔습니다. 무선충전, 대용량 배터리, 180도 회전식 손잡이, 스탠드형 충전 거치대 등등등....) 뭐 4년만 더 잘 쓰면 언젠간 부서지겠죠!? ㅋㅋㅋㅋㅋㅋ
범인은 전원 스위치!!
원인은 스위치였습니다. 의심되는 부위를 찾았으니 본격적으로 해결해 봐야겠죠. 최악의 상황에는 스위치를 사야 한다는 말이 있었는데 없는 것 빼고 다 판다는 알리에서 구입이 가능하지만 주식에서 가치투자를 하는 것처럼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합니다. 가끔은 까먹고 있다가 배송이 될 때가 있는데 내가 이걸 왜 시켰는지 까먹는 경우도 생깁니다. ㅋㅋㅋㅋ
아무튼 스위치를 자세히 살펴봅니다. 옆으로 보니 열어서 내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와 대박... 사진의 하얀 가루들이 보이시나요? 아마도 봉이 꺾이는 부위와 맞닿는 부분이라 4년 동안 사용하면서 마모가 되었고 그 가루들이 저렇게 쌓였나 봅니다. 스위치를 눌러보니 점점 부위로도 가루가 막고 있어서 스위치가 작동하지 않는 것이라는 강력한 의심이 생겼습니다.
스위치 폭풍 청소
점점 주위를 열심히 청소해줍니다. 처음에는 흰 가루들이 점접을 가로막는 것이 보였는데 청소를 말끔히 하고 나니 깨끗해졌습니다. 스위치를 작동해봐도 접점이 정상적으로 잘 붙는 것 같습니다. 희망이 보입니다!!
전원 스위치 수리 완료
떨리는 마음으로 스위치를 연결하고 작동을 시켜봅니다. 처음에는 반응이 없어 애를 태우더니... 잠시 뒤 대박!! LED 전원이 들어왔습니다. 작동합니다. ㅠㅠ 너무 기분이 좋습니다. 일단 스위치 부분은 수리가 된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 물이 시원찮게 나오는 것을 손봐야겠습니다.
물 흐르는 관 청소(불어주기)
청소기를 쓴 지 2~3년쯤 되었을까요. 물이 나오다 마는 경우가 많고, 처음처럼 양옆으로 스프레이 분사도 되지 않습니다. 그냥 물이 졸졸졸 흐릅니다. 일단 어딘가 관이 막혔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물이 흐르는 관들을 다 분해해서 입으로 불어서 바람이 잘 통하는지 확인하고 청소도 해줍니다.
시운전
조립하기 전에 잘 작동하는지 확인해봅니다. 전원도 잘 들어오고, 물도 시원하게 스프레이 됩니다. 그동안 물도 잘 안 나와서 나름 스트레스가 많았는데 겸사겸사 잘되었습니다. (진짜 그놈의 귀차니즘이 뭔지.. ㅋㅋㅋ 이렇게 시원하게 사용할 수 있는걸...) 이제 잘 쓰면 되겠네요.
조립은 분해의 역순(마무리)
해결 못했으면 너무 우울할 뻔했습니다만 성공해서 기쁜 마음으로 조립을 합니다. 가끔 조립할 때 나사가 남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다행히도 남는 나사 없이 조립을 완료했습니다.
이제는 고장 없이 4년 뒤에나 수리했으면 좋겠습니다. (청소기: 이제그만나를놔줘) 로봇청소기도 아직은 쌩쌩한 것 같고, 물걸레도 잘 움직이고 있으니 앞으로도 청소 열심히 해야겠네요. 이상 샤오미 물걸레 청소기(D260) 수리기 였습니다. 고장 나서 자가수리를 고려하시는 분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끝-